트럼프 '한미FTA 연기' 발언 왜…대북협상 지렛대?국내용?돌발성?
트럼프 '한미FTA 연기' 발언 왜…대북협상 지렛대?국내용?돌발성?
【리치필드=AP/뉴시스】2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하이오주 리치필드의 한 훈련시설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우리는 FTA 협상을 북한과의 협상이 끝날 때까지 미룰 수도 있다”고 밝혔다. 2018.03.30 "대북 협상 앞두고 한국 정부 지원 얻어내기 위한 목적" "한미 FTA에서 한국 양보 더 받아내기 위한 의도" '선거용 카드' 분석도 제기…공식 입장 아닌 즉흥 발언 가능성도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북한 비핵화 협상과 연계시키면서 한미FTA 개정연기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개정협상 타결을 "위대한 합의(great deal)"로 격찬한지 불과 하룻만에 전혀 다른 발언이 나왔다는 점에서 의외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를 북미 협상의 지렛대(레버리지)로 활용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대로 안보와 경제 문제를 연계해 한국으로부터 FTA에 대한 추가 양보를 받아내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의 차별화를 극대화하기 위해 한미 FTA 카드를 활용했다는 관측도 있다. 과거 사례와 같이 트럼프 대통령이 청중들 앞에서 즉흥적으로 내놓은 발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오하이오주 리치필드에서 열린 인프라 계획 관련 행사 연설에서 "나는 북한과의 거래가 이뤄진 이후로 (한미 FTA 개정을) 미뤄 둘 수 있다(I mayhold it up until after a deal is made with North Korea)"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FTA 개정 연기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 언론들은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AP통신도 "북한과의 회담에서 더 큰 지렛대를 확보하기 위해 한국 정부와 합의한 FTA개정 연기를 시사한 것"이라고 관측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협상에 한국 정부가 따라오도록 한미FTA 카드를 썼다는 의미인 셈이다.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협박'했다는 표현도 썼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해서라는 해석도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한미 FTA 개정이 미국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며 "새로운 무역 협정을 승인하기 전 한국으로부터 조금 더 얻어내겠다고 말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그것(한미 FTA)은 매우 강력한 카드(verystrong card)다. 나는 모든 사람이 공정하게 대우받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번 발언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합주인 오하이오에서 표심을 끌어오기 위한 의도라는 시각도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선거 유세를 연상케 했다"며 "한미 FTA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체결됐고 2010년 마지막 협상 때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부 장관이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 협상을 '힐러리 스페셜'이라고 비판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추진한 재협상의 성과를 내세우는데 연설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그는 "우리는 2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예정이었다. 우리는 '힐러리 특집'을 바꿨다. 철강과 자동차와 트럭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은 지금까지 매우 잘 해왔다. 하지만 우리는 계약을 잠시 뒤로 미루고 모든일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볼 것"이라며 "그 결과로 30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중간)선거날까지 만들어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가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별 생각 없이 자극적인 발언을 내놨다는 시각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공화당 기금모금 행사에서도 주한미군 철수와 무역 문제를 연계하는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우리는 무역에서 큰 적자를 보고 있는데도 그들(한국)을 보호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3만2000명의 미군 병력을 남북한 국경 지역에 두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자(Let’s see what happens)"라고 한국 정부를 위협했다. 일본에 대해서도 "(일본이 미국 자동차 수입을 줄이기 위해) 20피트 높이에서 볼링공을 차에 떨어뜨린 뒤 후드가 들어가면 자격이 없다고 한다"는 사실과 다른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발언 이후 백악관은 "대통령이 말하려고 했던 것은 현 행정부가 미국인 근로자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미국의 무역과 투자 협정들을 재협상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주한미군 철수설을 공식 부인했다. 백악관은 '볼링공' 발언에 대해서도 농담이었다고 해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포르노 배우 스테파니 클리포드(스토니 대니얼스)가 TV에 출연해 자신과의 성관계 의혹을 폭로한 이후 이날 처음으로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은 대니얼스와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철저히 침묵을 지키는 대신 자신에게 투표했던 사람들을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이슈 메들리'를 꺼내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