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불폰유심 직접만들기
유심칩 구입 무제한…대포폰 신종 창구로
- 크기·무게 작아 사고팔기 쉬워 - 대학생·신불자 꼬드겨 대리개통 - 타 명의 유심 7000개 대량 유통 - 범죄자에 되팔아 10억 부당취득 - 경찰, 조직폭력배 등 184명 적발 - “회선 제한 등 제도 개선 시급” 선불 유심(USIM)이 신종 대포폰 유통 창구로 떠오르고 있다. 선불 유심은 손톱 크기인 칩 형태로 구매한 뒤 충전 후 아무 공기계에 끼워 사용하면 된다. 배송이 간편해 대포폰으로 이용돼 범죄에 자주 악용된다. 특히 1명이 사실상 무제한으로 개통할 수 있을 정도로 개통이 쉬워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29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 거리 휴대전화 매장에 ‘선불폰’을 판매한다는 광고가 붙어 있다. 곽재훈 전문기자 kwakjh@kookje.co.kr
본지 취재진은 29일 부산 서면에서 선불 유심(USIM)을 취급하는 A 휴대전화 판매장을 찾았다. 이날 직원 B 씨는 취재진에게 3개까지 선불 유심을 발급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명의도용을 우려한 별정 통신업체에서 1인당 1일 1회선만 개통하게 제한하지만, 미리 3일 치 서류를 받아둔 뒤 본사에 하루에 한 개 서류만 접수하면 한 번에 여러 개 유심을 팔 수 있다. B 씨는 “신분증만 있으면 선불 유심을 만드는 게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운영되는 별정 통신업체 수는 34개에 이른다고 부산경찰청은 밝혔다. 최근 알뜰폰이 유행하며 별정 통신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별정 통신업체는 1명이 개통할 수 있는 회선을 제한하지 않았다. 업체 간 정보 공유도 이뤄지지 않아 1명이 최대 100개가 넘는 전화번호를 받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선불 유심의 명의가 도용돼 ‘신종 대포폰’으로 유통된다. 보통 유심비 1만 원과 1만 원 정도의 선불 충전금 등 2만 원이면 1개 번호를 개통할 수 있다. B 씨는 “선불 유심은 신용불량자는 물론 SKT·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에 연체 요금이 있어도 개통할 수 있다. 간혹 대포폰으로 쓰려고 명의도용이 의심되는 손님이 있는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서류에 문제가 없어 사업자 입장에서 안 팔 도리가 없다”고 털어놨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선불 유심은 실제 범죄 도구로 쓰인다. 최근 부산에서도 조직폭력배까지 개입해 7000여 개의 선불 유심을 불법 유통한 일당 100여 명이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9일 타인 명의의 선불 유심 7000여 개를 유통해 약 10억 원 상당의 불법 이익을 취한 혐의(전기통신사업법 위반)로 조직폭력배 박모(27) 씨 등 6명을 구속하고, 공범 2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이들에게 명의를 빌려준 대학생 김모(21) 씨 등 122명과, 선불 유심을 구매해 대포폰으로 사용한 31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박 씨 등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생활정보지나 페이스북 등에서 모집한 사람에게 선불 유심을 개통시켜 이를 개당 4만~6만 원에 구입한 후 대부업자, 보이스피싱 사기범, 유흥업소 직원 등에게 12만~15만 원에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별정 통신업체 간 호환 가능한 시스템 구축과 1인이 최대한 살 수 있는 회선을 제한하는 회선 총량제 등 제도 개선을 관계 기관에 건의하겠다”고 말했다.